블랙홀을 음악으로 만든다면
1. 블랙홀은 소리를 낼 수 있을까?
“블랙홀을 음악으로 만들면 어떤 소리일까?”라는 질문은 상상력을 자극한다. 하지만 물리적으로 보면, 블랙홀의 ‘소리’를 직접 듣는 것은 불가능하다. 우주는 거의 완전한 진공 상태에 가깝고, 소리는 공기나 물처럼 진동을 전달할 매질이 있어야 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진공에서는 압력파가 전달되지 않으므로 우리가 귀로 인식하는 소리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블랙홀은 완전히 침묵 속에 있는 천체일까? 꼭 그렇지만은 않다. 블랙홀은 직접적인 음파를 만들지는 않지만, 강력한 중력과 에너지 활동으로 다양한 ‘진동’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우리는 그 진동을 다른 방식으로 해석해 소리로 변환할 수 있다.
2. 블랙홀 주변에서 일어나는 물리적 현상
블랙홀은 혼자 고립되어 있는 경우보다 주변에 가스와 먼지, 별의 잔해를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이 물질들은 블랙홀 주변을 빠르게 회전하며 강착원반을 형성한다. 이 과정에서 엄청난 마찰과 압력이 발생하고, 강력한 전자기파와 X선이 방출된다.
또한 블랙홀끼리 충돌하거나 병합할 때는 중력파가 발생한다. 중력파는 시공간 자체가 흔들리며 만들어지는 파동이다. 이는 우리가 일상에서 경험하는 소리와는 전혀 다른 종류의 진동이지만, 분명히 ‘파동’이라는 점에서는 공통점이 있다.
즉, 블랙홀은 조용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매우 역동적인 에너지 활동의 중심에 있다. 단지 그 주파수가 인간의 청각 범위를 벗어나 있을 뿐이다.

3. 소니피케이션: 데이터를 음악으로 바꾸는 기술
블랙홀의 진동을 음악처럼 들을 수 있게 해주는 기술이 바로 ‘소니피케이션(sonification)’이다. 이는 과학 데이터를 사람이 들을 수 있는 주파수로 변환하는 과정이다. 예를 들어, X선의 밝기 변화를 음의 높낮이로 바꾸거나, 신호의 강도를 볼륨으로 치환하는 식이다.
중력파 데이터도 마찬가지다. 두 블랙홀이 충돌하며 방출한 신호를 가청 범위로 변환하면, 짧고 날카롭게 상승하는 음처럼 들린다. 실제로 이러한 소리는 “삐익” 혹은 “휙” 하는 느낌으로 표현되곤 한다. 이는 단순한 상상이 아니라, 실제 관측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결과물이다.
이처럼 블랙홀의 ‘음악’은 상상 속 판타지가 아니라, 과학적 수치를 인간의 감각 체계에 맞게 번역한 것이다.
4. 블랙홀 음악은 어떤 분위기일까?
그렇다면 블랙홀을 음악으로 만든다면 어떤 느낌일까? 아마도 우리가 익숙한 멜로디 중심의 음악과는 거리가 멀 것이다. 오히려 깊고 낮은 베이스가 길게 이어지는 드론 사운드에 가깝다. 묵직하고 공간감이 넓으며, 인간의 감정보다 물리적 현상에 가까운 음향일 가능성이 크다.
강착원반의 불규칙한 밝기 변화는 리듬처럼 들릴 수 있고, 중력파는 순간적으로 치솟는 효과음처럼 표현될 수 있다. 전체적으로는 앰비언트 음악이나 실험 음악에 가까운 분위기가 형성될 것이다. 반복적이면서도 예측하기 어려운 구조, 그리고 광활한 공간감을 느끼게 하는 저주파 중심의 사운드가 블랙홀 음악의 특징이 될 가능성이 높다.

5. 왜 블랙홀을 ‘듣는’ 것이 의미가 있을까?
우리는 보통 우주를 눈으로 보는 대상으로 생각한다. 망원경을 통해 별과 은하를 관측하고, 사진과 영상으로 이해한다. 하지만 데이터를 소리로 변환하면 또 다른 차원의 이해가 가능해진다.
소니피케이션은 시각 정보에 의존하지 않고도 데이터를 인지할 수 있게 해준다. 이는 과학 교육에서 새로운 접근 방식이 되며, 시각 장애인을 위한 연구 도구로도 활용된다. 또한 예술가들에게는 우주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창작의 영감을 제공한다.
블랙홀 음악은 과학과 예술이 만나는 지점이다. 수식과 그래프로 표현되던 데이터가 소리로 변환되는 순간, 우리는 우주를 더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다.
6. 침묵과 진동 사이에서
물리적으로 보면 블랙홀은 소리를 내지 않는다. 진공에서는 우리가 아는 의미의 소리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블랙홀은 시공간을 흔들고, 주변 물질을 가열하며, 강력한 에너지를 방출한다. 그것은 또 다른 형태의 ‘울림’이다.
우리가 듣는 블랙홀의 음악은 공기를 울리는 음파가 아니라, 우주의 진동을 인간의 청각 범위 안으로 옮긴 결과다. 다시 말해, 우리는 블랙홀의 본질을 직접 듣는 것이 아니라, 그 흔적을 해석해 듣고 있는 셈이다.
어쩌면 블랙홀은 완전한 침묵의 상징이 아니라, 가장 낮고 깊은 주파수로 우주를 공명시키는 존재일지도 모른다. 빛조차 빠져나오지 못하는 어둠 속에서, 블랙홀은 지금도 보이지 않는 파동을 만들어내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그 파동을 음악으로 바꾸어, 우주의 가장 깊은 저음을 상상하고 있다.

마무리 하며
블랙홀은 물리적으로 소리를 내지 않는다.
그러나 그것이 완전한 침묵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블랙홀은 주변 물질을 끌어당기고, 시공간을 흔들고, 중력파를 만들어내며 끊임없이 우주에 흔적을 남긴다. 우리는 그 흔적을 데이터로 관측하고, 다시 소리로 변환해 듣는다.
즉, 우리가 듣는 ‘블랙홀의 음악’은 상상이 아니라 해석이다. 과학적 수치를 인간의 감각 언어로 번역한 결과다. 눈으로만 보던 우주를 귀로 경험하는 순간, 블랙홀은 단순한 천체가 아니라 하나의 거대한 악기처럼 느껴진다.
어쩌면 블랙홀은 침묵 속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감각 범위를 넘어선 낮고 깊은 주파수로 계속 공명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우리는 그 공명을 음악으로 바꾸어, 우주를 조금 더 가까이 이해하려 하고 있다.